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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사격장 사람들을 위한 제언
기사입력: 2017/12/27 [17:2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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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현 기자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포천시청 시정회의실에서 영평사격장 피해대책과 관련해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청와대 선임행정관, 미 8군 사령관 등이 포천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취재차 방문한 기자를 권대남 사격장범대책위 사무국장 일행이 시청 현관 앞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오해였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미 8군 사령관 일행이었다.

 

이유를 묻자 권 사무국장은 "이렇게 하는 것이 한국사람의 예의"라고 했다. 이날 토마스 밴달 미 8군 사령관 등 미군측 관계자는 간담회에 20여분 가량 지각해서 참석했다.

 

지난달 25일께 미군 사격장에서 사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환이 사격장에서 5㎞나 떨어진 영북면 문암리로 날아와 떨어진 사건에 대해 사과를 겸해 해명하는 자리에서 사격장 사람들은 미군을 이렇게 대접했다.

 

"이번에는 도비탄이 아니야. 재수 없으면 누구라도 총알 맞고 죽는거야"라는 지역주민의 말을 듣고 취재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천 최대의 관광지 산정호수로 가는 길목인 영북면 문암리 일대에 미군 사격으로 추정되는 탄환이 발견됐으나 군과 경찰이 이를 알고서도 쉬쉬하며 4일간이나 감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지역주민들 및 사격장대책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지만 결국 국방부와 미군이 사과해 받아들였다.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되는 사과 수준이었다.

 

이를 보고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했던 중앙언론 관계자들은 포천사람들을 "하염없이 착하고 쑥맥인 사람들"이라고 쑤군덕거렸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은 포천사격장대책위는 서울 미국대사관 앞에서 포천시민 생명안전 대책마련을 위한 시위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마트래퍼 주한미국 대리 대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450여명이 11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조용히 왔다가는 조용히 사라졌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인 '대대적인 궐기시위'였겠지만 서울시민들은 아무도 모른다. 이래서야 향후 포천의 최대 현안인 사격장 인근 시민 안전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참 답답한 심경이다.

 

그래도 포천시민들의 꿈은 크다. 민자고속도로 영북 연장과 철도까지 포천 연결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났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방위원장과 정무위원장 교체를 요구했다며 "당내 의원들간 밀약을 지키기 위한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새 국방위원장에 3선의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성)이, 새 정무위원장에 3선의 김용태 한국당 의원(서울 양천을)이 맡는 안건이 상정됐다.

 

이번 정부와 새롭게 선임되는 국방위원장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시되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국민은 늘 뒷전이었던 것 같아서다.

 

국민을 우선시하지 못했던 정부의 논리는 언제나 남북대치 상황에서의 국가안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말한 국가안보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국민을 일방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속 시원히 답해주는 정부관계자나 정치지도자를 정권이 바뀌어도 아직 만나질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민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국의 군 사격장(1천453곳)과 군 공항(45곳)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등의 문제이다. 이 중에서도 제일 규모가 큰 곳이 포천의 승진사격장과 영평사격장이다.

 

국방부는 이 문제로 포천시민이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어도 별다른 대안과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부처 중에서도 많은 예산을 쓰는 국방부지만 국민의 피해경감과 피해배상에 쓰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 매우 아픈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욱 문제는 그동안 국가안보를 주장하며 과거에 입지해 현실에는 맞지 않는 각종 군부대와 군사시설에 대한 위치 재편에 소극적이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등을 통한 국비와 시비 매칭사업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14일 국방부와의 주민 간담회 이후 이길연 범대위 위원장은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등이 실질적으로는 국비 50%, 시비 50%인 불합리한 매칭 사업이다. 미군 공여지역 특별법이라면 미국 측이 100% 지원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날 국방부가 ‘이 특별법이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면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주석 차관도 사실상 합당한 지적이라고 동의했다.

 

이에 주민들은 국방부 관계자에게 전국 군 사격장 재편 검토나 용역을 실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한 번도 없었다고 했으며,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영평사격장 이전을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 수십년째 이어져 왔으나 국가 안보와 군 전투력 증강이라는 큰 틀 아래 번번이 무산돼 왔다"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정작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조직과 예산, 인원이 축소될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처 이기주의에만 몰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한 듯 보인다.

 

이런 국방부를 새로운 정부와 새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부처로 바꿔 줬으면 좋겠다.

 

현재 추진 중인 소음과 진동 대책에는 많은 한계가 있으므로 소음용역 등을 통해 제대로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알아보고 현실에 맞지 않은 군 사격장과 군사시설은 위치를 조정하거나 재편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방법은 기존 군 사격장이나 군 공항 등 군사시설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논의되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의 경우는 서울 용산기지 등 도심의 군사시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예산도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기존 부지를 매각해 새로운 군사시설의 건설비용과 경제적 인센티브도 매각 대금에서 조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용산공원 조성사업과 평택기지 건설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국가의 책무에 대해 법률상의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공여구역 및 반환공여지가 있는 포천 등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사업은 지원규정이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미군소음의 피해를 경감하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소음특별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 사격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자체의 주민들이 경제적 인센티브 등의 유인책만으로 찬성해줄 이유와 명분은 없어 보인다.

 

직도사격장의 경우 불과 3.1만평 (10만㎡)에 3342억원을 지원했지만 포천의 경우 영평사격장은 409만평(1352만㎡), 승진사격장은 600만평(1983만㎡) 등 사격장 입구 및 주위에 영평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고, 또한 명성산과 산정호수 등이 입지해 있어도 구체적인 지원 논의는 미루어지고 있다.

 

포천관내에는 △로드리게스(409만평), △건트레이닝 자주포사격장(2만1천평), △바이오넷 폭파훈련장 (3만평), △왓킨슨 소총사격장(5만5천평) 등 미군 사격장이 산재해 있다.

 

한국군 사격장은 △승진훈련장(600만평), △다락대훈련장(500만평), △원평사격장(7만3천평), △랩탄사격장(2만7천평), △광산골사격장(4천평) 등이다.

 

그나마 미군주둔 지역은 '공특법'이라는 법률이라도 있지만, 한국군 주둔지역은 특별법도 없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은 있지만 그 주변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법률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SOFA 재협상을 통한 공특법 개정으로 미군 사격장과 군사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논의다. 국방부의 힘만으로 안된다면 외교부 장관이라도 나서야 한다.

 

재편검토에 따라 이전과 통폐합할 미군 사격장, 군사시설을 확정한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특정지역의 사격장이나 군사시설을 이전해 생길 수 있는 형평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미군에게 제공된 공여지와 한국군을 위해 제공된 군부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는 없지만, 미군공여지로 있었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원하고, 한국군 부대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군사상의 이유로 각종 행위제한과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재산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재산과 정신적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시설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때 정부는 제대로 된 국가안보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그동안의 정부가 시행착오한 군 사격장과 군사시설에 대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특별법 제정과 특별회계의 가능성을 국가안보에 대한 손실보상의 법리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즉 국가안보가 '공공재'라면 특정목적을 위한 목적세로서 '안보세' 또는 '평화유지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지역의 사격장 문제도 지엽적으로 우리 지역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이전논의보다는 전국 군 사격장 문제의 해결논의에 포함시켜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다른 지역의 지지를 받으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고통만 받았던 사격장 이전 문제도 조세 개편과 전국 군사시설 재편 등의 큰 틀에서 다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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