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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기자의 세계여행기>
시베리아 바이칼호
기사입력: 2020/02/18 [12: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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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호 부르한 바위   © 포천뉴스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이르츠쿠츠를 떠나 바이칼호로 갔다. 26개나 되는 섬이 있는 바이칼호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알혼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탔다. 40미터 깊이까지도 보이는 투명한 호수다.


알혼섬의 선착장은 기념품 상점 몇 개가 있는 소박한 곳이다. 상점의 작은 창문으로 대 여섯 살 된 남매가 섬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나라 아이들과 너무나 비슷하게 생겼다.


바이칼호 주변에 사는 몽골족의 일파인 브랴트인은 우리와 DNA가 같고 설화나 이어져 오는 풍습도 흡사한 것이 많다. 몽골로이드 계통 민족의 발원지가 바이칼호라는 시원설로 바이칼호는 우리의 뿌리를 찾는 한국인의 방문이 많아지고 있다.


흙먼지를 날리는 황량한 초원 위를 지나 알혼섬의 후지르 마을에 도착했다. 나무로 지어진 러시아식의 목조주택이 있는 마을은 2005년이 되서야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며 소박한 관광마을이 되고 있다.


밤에 바이칼호의 별을 보러 나갔다가 어둠 속에서 허벅지를 세차게 밀며 지나가는 물체에 밀려 넘어졌다. 검은색 큰 개였다. 그런데 인간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가던 길을 간다.


그런데 내 모습이 좀 웃겼다. 왜냐하면 개가 무섭다기보다 “야. 너 미안하다고 해야지…”하며 손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샤먼의 고향이라고 하는 바이칼호라서 그럴까? 동물도 인간과 동급으로 자기의 세계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바이칼호의 알혼섬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곳은 샤먼바위라고도 불리는 부르한 바위다. 알혼섬에는 세계사에서 10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던 징기스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곳이 부르한 바위동굴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서낭당처럼 오색 천을 매달은 13개의 거대한 세르게(솟대)가 세워진 언덕이 부르한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 세르게의 가파른 언덕 아래에 독도처럼 떨어져 나간 자리에 부르한 바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 무속인들은 바위에 제를 올리고, 기독교인들은 민족의 뿌리를 생각하며 눈물의 기도를 올리고, 불교인들은 깊은 기운이 충만함을 느낀다는 부르한 바위를 만나러 물가로 내려가 보았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와서 만난 부르한 바위는 아기를 꼭 감싸 안은 어머니의 팔 같은 형상이다. 거친 풍랑을 막아 주어 맑고 투명한 작은 돌들만이 낮게 깔린 부르한 바위 앞의 수면은 어머니의 품처럼 평온했다.


기가 세다고 하는 곳이 사실은 ‘가장 평화로운 터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거친 풍랑과도 같은 삶에서 인간이 하늘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기도터는 가장 고요한 평화가 있는 곳이었다.


최근 시베리아, 바이칼 인근의 소수 민족들이 인간과 자연과 하늘이 함께 하는 세밀하고 복잡한 세계관인 샤머니즘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정체성을 찾아 가고 있다고 하니 바이칼의 혼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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