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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기자의 단상>
아, 소정 변관식 선생(1899-1976)
기사입력: 2020/02/21 [14:2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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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마른 풀들이 바스락거리는 2월의 대지는 곧 봄이 올 것 같다. 소정 변관식의 묘로 가는 길은 직각에 가까운 인조석 계단들을 휘돌아서 산언덕으로 올라서야만 하는 길 아닌 길이었다. 포천미협 회장 김만진 선생과 이자희 부회장이 제수용품과 시루떡 한말을 이고 지고 나르고, 수목원 가는길 작가회(회장 이혜경) 회원들도 추모제 준비를 위해 탁자와 도구들을 나른다. 오늘이 한국진경산수의 거장이라고 하는 소정 변관식의 기일로(음력 1월 19일) 유택이 소흘읍 직동리에 있다.

 

산언덕을 두어 차례 돌아 도착한 소정 변관식의 묘는 풍광이 놀랍다. 높고 낮은 산자락들이 정답게 둘러쳐진 앞산의 능선자락들은 부슬거리는 비속에서 소정 변관식이 그린 수묵화처럼 느껴졌다. 1937년, 그는 한국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작가적 소명으로 화구를 짊어지고 해동제일산인 금강산에 들어가서 그림을 그렸다. 소정 변관식은 조선의 마지막 궁중화가인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 1853-1920)의 후손으로 4대에 걸쳐 화업을 이어온 조선의 명문가 출신이다.

 

올해로 아홉 번째 추모제를 올리는 묘역은 2012년 처음 추모제를 올리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낫을 들고 우거진 나무와 풀숲을 헤쳐야 만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인근에서 작가활동을 하던 현재 예총회장인 임승오 작가와 몇몇 지인들과 터를 관리해주는 마을사람의 손길로 이제는 도로변에 안내판도 생겼다.

 

▲     © 포천뉴스

 

소정 변관식은 평생을 한국의 산천을 방랑하며 역동적인 화필로 우리의 강산을 담아낸 진경산수화의 대가이다. 그런데 그분의 몇 안 되는 제자 중의 한분이 오늘 추모제를 도와주는  서형석작가(수목원가는길 작가회)의 아버님이시라고 한다. 언젠가 방문한 친구 집에 걸린 산수화를 내가 관심 있게 보니까 “그거 우리 친정아버지가 후원하시던 화가 분 작품 일 텐데. 음....변관...누구더라?”라고 한다. 필연 같은 우연들이다.

 

추모제는 ‘유세차로~’시작하는 전통방식으로 제를 올렸다. 제상에 올렸던 붉은 시루떡을 서로 나눠 먹으며 다시 한 번 변관식선생을 생각해 본다. 전국 명승지를 평생 유랑하며 우리강산을 그리던 소정 변관식이 깊은 안목으로 선택한 땅이 바로 이곳 직동리 산기슭이었다. 비록 지금은 산이 남의 손에 넘어가 길도 없는 묘역만 남았지만 젊은 시절 금강산을 가기위해 이 포천 땅을 얼마나 많이 지나갔을까? ‘금강산 화가’로 불리는 소정 변관식은 그 안목으로 죽어서도 산자수명한 포천에 남고자 직동리를 택했다.

 

2011년부터 지역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이어오던 추모제가 내년이면 10주년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현대화랑에서도 ‘한국화의 두 거장- 소정과 청전’ 전시가 크게 열렸었다.

 

▲    2019년 서울 현대화랑에서 열린 전시

 

그가 평생에 걸쳐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수묵화의 거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포천의 이 자랑스러운 인물을 알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곳 유택에서 많은 이가 우리강산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묵 퍼포먼스는 어떨까? 유택에서 울리는 금강산 노래는 어떨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올해도 포천의 작가들은 언젠가 소정 변관식 선생의 기념관이 지어지기를 바라며 이렇게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추모제와 함께 하고 있었다.

 

▲  2020년 소정 변관식 추모제(포천미협. 수목원가는길 작가회. 포천예총)

 

▲  2020년 소정 변관식 추모제(포천미협. 수목원가는길 작가회. 포천예총)
▲   소정 변관식 선생(1899-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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